부모님이 평생 사신 아파트 한 채, 언젠가 상속받을 생각을 하면 막막해지는 순간이 있지 않으신가요?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혹시 우리 집도 세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상속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공제 금액은 거의 30년째 그대로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국회에서 이 오래된 세금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통해 상속세라는 낯선 세금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세금 매기지 않는 기준선이 1997년에 멈춰버린 사연
상속세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재산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재산이 있다고 무조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금액까지는 공제, 즉 세금을 매기지 않고 빼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공제액이 바로 세금을 내야 하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문턱 역할을 합니다. 상속세의 대표적인 공제로는 기초공제(2억 원), 일괄공제(5억 원), 배우자공제(5억~30억 원)가 있는데, 이 숫자들은 1997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거의 30년 가까이 똑같은 숫자가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 5억 원이라는 숫자는 아무렇게나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일괄공제 5억 원은 1996년 세법 개정으로 1997년에 도입됐는데, 단순히 어림잡은 금액이 아니라 기초공제 2억 원에 자녀공제와 미성년자공제, 장애인공제 등을 다 합산해서 만든 숫자였습니다. 말하자면 여러 항목을 하나씩 더해서 나온 합계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뒤로 개별 항목의 금액은 시대에 맞춰 조금씩 오르거나 조정됐는데, 정작 이를 합산한 일괄공제 5억 원이라는 최종 숫자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점입니다. 처음 세워둔 계산 방식을 지금 그대로 다시 적용해보면 일괄공제는 5억 원이 아니라 7억 6000만 원 정도가 나와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애초에 정해놓은 계산 공식조차 지금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나왔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맞춰 과세 기준과 벌금 기준을 현실화하자는 취지의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상속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 결의안에는 양도소득세 기본공제(30년 동결), 상속세 기초·일괄·배우자공제(29년 동결), 근로자 보장성 보험료 세액공제(24년 동결), 직계존비속 증여재산 공제(10년 동결) 등이 함께 담겼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우리 월급이나 보험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적용되는 세금 기준들이 모두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는 뜻입니다.
물가는 뛰는데 세금 문턱만 그대로라서 생기는 일
이해를 돕기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할인 쿠폰 한 장이면 라면 한 박스를 공짜로 가져갈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라면 가격이 두 배로 올랐는데도 쿠폰 할인 금액은 그대로라면 어떨까요? 예전만큼 체감 혜택이 크지 않을 겁니다. 상속세 공제도 이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집값이나 예금 같은 자산 가치도 함께 뛰었는데, 세금을 면제해주는 기준선은 옛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흔히 '숨어 있는 증세'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부가 세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적이 없는데도, 공제 기준을 그대로 둔 채 자산 가격만 오르다 보니 저절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월급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월급이 꾸준히 올랐는데 비과세로 인정해주는 식대나 교통비 한도가 오랫동안 그대로라면, 실제로 내 손에 들어오는 돈에서 세금이 빠져나가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공제 기준이라는 것은 한번 정해두면 끝이 아니라, 물가와 자산 가치의 흐름에 맞춰 주기적으로 다시 들여다봐야 그 본래의 취지가 유지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의안에는 단순히 금액을 한 번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매년 기준을 점검하고 물가에 연동해 자동으로 조정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내용까지 담겼습니다. 한 번 손보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는 저울을 주기적으로 다시 맞추자는 취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파트 한 채만 물려받아도 세금 걱정이 생기는 구조
조금 더 피부에 와닿도록 가정을 세워 설명해보겠습니다. 실제 사례가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 상황이라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상속세 공제는 기초공제와 인적공제,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금융재산 상속공제, 동거주택 상속공제 등 여러 항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이 5억 원에 못 미치면 더 간편한 일괄공제 5억 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가정이 실제로 이 일괄공제를 선택합니다. 여기에 더해 배우자가 살아 계신다면 배우자 상속공제가 별도로 더해지는데, 실제로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이 없거나 아주 적더라도 최소 5억 원은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자녀 한 명이 재산을 물려받는 가정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단순 계산으로는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을 더해 총 10억 원까지는 세금 없이 공제받을 여지가 생깁니다(실제 적용 여부는 재산 분할 방식과 등기 절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화한 가정입니다).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 한 채의 시세가 이 공제 한도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집값이 오른 지금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도 부모님의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는 것만으로 과세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진 셈입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상속을 앞둔 가정에서는 세금 신고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배우자공제를 온전히 받기 위한 재산 분할 절차도 미리 챙겨야 하는 부담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대로 공제 기준이 현실화된다면, 비슷한 재산을 물려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덜 내는 가정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결의안과 법안 발의 단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언제, 어떤 금액으로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집 한 채를 둘러싼 세금 기준이 내 지갑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상속이라는 말이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셨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 집 공제 기준이 어디쯤 와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