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핸드폰으로 주식 창을 열었는데, 분명 미국 증시가 좋았다는 뉴스를 봤는데 내 계좌 속 국내 종목은 빨간불이 아니라 파란불인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던 적 있으신가요? 오늘이 딱 그런 하루였습니다. 개천절 연휴를 마치고 사흘 만에 다시 열린 국내 증시는 미국에서 들려온 좋은 소식과는 다르게 코스피가 떨어지고, 대신 코스닥이 크게 뛰는 엇갈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날 같은 나라 증시인데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까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요즘 국내외 돈의 흐름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연휴 사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 증시 문을 두드리다
우리나라 증시는 개천절 연휴 때문에 사흘을 쉬었지만, 그사이 미국 증시는 계속 열려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명절 연휴로 가게 문을 닫은 사이에도 옆 동네 시장은 계속 열려 장사를 했고, 그 장사가 꽤 잘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셈입니다. 연휴 동안 미국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오르는 날이 이어졌는데, 그 배경에는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하나는 '시장금리'라는 녀석입니다. 시장금리란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릴 때 매겨지는 이자율인데, 이 금리가 오르면 주식보다 안전하게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채권 쪽으로 돈이 옮겨가려는 힘이 생깁니다. 월급날 이자가 센 적금 상품이 새로 나오면 주식 계좌에 넣어두려던 돈을 일부 적금으로 옮기고 싶어지는 마음과 비슷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시장금리가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금리 부담보다 "앞으로 나올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이자가 센 적금이 나왔다는 소식보다, 다니는 회사가 올해 성과급을 두둑하게 준다는 소문이 더 크게 들려서 일단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마음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미국발 훈풍 덕분에 오늘 아침 국내 증시가 열리기 전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장이 열리기 전 거래에서 국내 증시 관련 지표들도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오늘 장이 시작할 때만 해도 "오랜만에 기분 좋게 출발하겠다"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었습니다.
정작 장이 열리자 코스피와 코스닥의 표정이 갈린 이유
문제는 장이 진행되면서부터였습니다. 코스피는 아침에는 상승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름폭을 반납하더니 결국 하락 마감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렇게 흐름이 뒤집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였습니다.
'외국인 순매도'라는 말은,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사는 양보다 파는 양이 훨씬 많았다는 뜻입니다. 이게 왜 벌어질까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굳이 환전까지 해가며 한국 주식을 들고 있기보다는 자기 나라에서 안전하게 높은 이자를 받는 쪽을 택할 유인이 커집니다. 손님이 우리 가게 물건을 사러 오다가도, 바로 옆 가게에서 더 확실한 할인 쿠폰을 준다고 하면 발길을 돌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아침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습니다. 즉 미국 증시가 좋았다는 소식 자체는 호재였지만, 그 호재보다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힘"이 더 셌던 셈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전혀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특정 테마, 그중에서도 보안 관련 종목들과 일부 바이오 관련 종목들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 자체가 크게 뛰었습니다. 이건 외국인 큰손들이 빠져나가는 흐름과는 별개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정 이슈 하나에 집중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스피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덩치 큰 기업들로 움직이는 큰 배와 같다면,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작은 배들이 빠르게 방향을 틀 수 있는 시장입니다. 작은 배는 큰 파도 하나에도 쉽게 출렁이듯, 특정 이슈에 자금이 쏠리면 지수 전체가 크게 들썩이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날 같은 나라 시장인데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표정이 이렇게 달랐던 겁니다.
환율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와 원화를 맞바꾸는 환율은 이날 큰 요동 없이 비교적 잔잔하게 움직였습니다. 환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외국인 자금이 공포에 질려 급하게 빠져나가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손님이 발길을 좀 줄이긴 했지만, 가게 앞에 불이 난 것처럼 황급히 뛰쳐나간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월급쟁이와 예비 은퇴자의 지갑에는 어떤 의미일까
이쯤에서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인데"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 원을 받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와 미국 지수 추종 상품에 나눠 투자하고 있는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정한 상황이지만, 이런 분이라면 오늘 같은 날 국내 펀드 쪽 평가액은 살짝 줄어든 반면, 미국 비중이 있는 상품은 오히려 괜찮은 성적을 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자산별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한쪽에만 돈을 몰아두기보다 나눠 담아두는 것이 왜 변동성이 큰 시기에 마음을 덜 졸이게 해주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퇴직금을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소식이 당장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려도, 내가 가진 펀드나 보험 상품의 수익률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퇴직금 5천만 원을 국내 채권형 상품 하나에만 넣어둔 가정과, 국내와 해외 자산에 절반씩 나눠 넣어둔 가정을 비교해보면, 오늘처럼 국내외 시장이 엇갈리는 날에는 후자 쪽 계좌의 등락 폭이 훨씬 완만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차이는 수익률이 조금 더 높고 낮고의 문제를 떠나서, 매일 잔고를 들여다볼 때 마음이 얼마나 덜 흔들리는지와도 직결됩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둘 점이 있습니다. 오늘처럼 미국 쪽 분위기가 좋아도 국내 증시가 꼭 따라 오르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 밤사이 미국 뉴스를 챙겨볼 때는 "미국이 좋았으니 내일 우리 증시도 당연히 좋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외국인 자금이 우리 시장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지까지 함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면 하루하루의 등락에 덜 휘둘리실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높다는 소식과 미국 기업 실적이 좋다는 소식,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들려올 때마다 둘 중 어느 쪽 힘이 더 센지에 따라 국내 증시의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내일 아침 뉴스 제목만 보고도 오늘 장이 왜 이렇게 움직였는지 한결 더 또렷하게 읽히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