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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은 그대로인데 생닭값은 왜 떨어졌을까

by 머니max 2026. 10. 7.

치킨 한 마리를 시킬 때마다 "이 가격이 맞나" 싶은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배달비까지 더하면 2만 원대 중반을 훌쩍 넘기는 일이 흔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정작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정부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치킨값은 그대로인데 생닭값은 왜 떨어졌을까
치킨값은 그대로인데 생닭값은 왜 떨어졌을까

생닭값은 내렸는데 치킨값은 그대로인 이상한 구조

이번 사건의 출발점은 간단합니다. 치킨용 육계, 그러니까 치킨집에서 튀김옷을 입히기 전 사 오는 생닭 가격이 최근 반년 사이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도,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 가격은 2만3000원 안팎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치킨집이 닭을 사 오는 가격은 꽤 많이 싸졌는데, 소비자가 내는 돈은 그대로였다는 뜻입니다. 장을 볼 때 배추값이 반값으로 떨어졌는데 마트 진열대의 김치 가격표는 그대로인 상황을 떠올리시면 비슷합니다. 재료비가 내려가면 당연히 최종 가격도 조금은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셈입니다.

이 지점을 짚은 건 다름 아닌 대통령이었습니다. 생닭값 하락과 치킨 가격이 그대로라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한 번 점검해 보겠다"는 짧은 메모를 남긴 건데,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만에 말뿐인 점검이 아니라 실제 조사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주요 치킨 3사로 꼽히는 bhc, BBQ, 교촌치킨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담합 조사 대상에 올랐고, 공정위는 세 회사 본사에 조사관을 직접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란 기업들이 서로 짜고 가격을 올리거나 담합하는 행위를 감시하는 정부 기관으로, 쉽게 말해 시장이라는 운동장에서 반칙이 없는지 지켜보는 심판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이 직접 본사에 사람을 보냈다는 건 그만큼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조사를 맡은 부서입니다. 공정위 안에서도 가격 담합을 전문적으로 들여다보는 카르텔조사국이 투입됐는데, 카르텔이란 기업들이 서로 가격이나 생산량을 입을 맞춰 결정하는 부당한 담합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단어가 붙은 부서가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가격 인상 논란을 넘어 "혹시 업체들끼리 짜고 가격을 유지한 건 아닌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재료값은 내렸는데 가격은 왜 안 내려가는지 따져보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재료값이 내렸는데 왜 가격은 바로 안 내려갈까요. 원래 가격이라는 건 재료비 하나로만 정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치킨 한 마리 가격에는 생닭값 말고도 기름값, 포장재, 배달 플랫폼 수수료, 가맹점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여러 비용이 섞여 들어갑니다. 업계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데, 육계 가격만으로 최종 판매가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인건비와 물류비, 식용유나 포장재 같은 부자재 비용, 배달 플랫폼 수수료와 가맹점 운영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겁니다. 월급을 받을 때 세금, 보험료, 각종 공제가 빠지고 실수령액이 정해지는 것처럼, 치킨 가격도 생닭값 하나가 아니라 여러 비용이 겹겹이 쌓여 최종 숫자가 만들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용 구조가 투명하게 설명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생닭값이 뚝 떨어졌다면 적어도 그 하락분의 일부라도 가격에 반영되는 게 자연스러운데,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꽤 오랫동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왔습니다. 교촌치킨은 2023년 봄, bhc는 그해 말, BBQ는 2024년 중반에 각각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뒤 지금까지 그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2년 넘게 가격이 묶여 있었다는 뜻인데, 이 기간 동안 재료비는 오르내림을 반복했을 텐데도 소비자가 내는 돈은 늘 똑같았던 셈입니다.

공정위가 궁금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정말 각 회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가격을 유지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우리도 안 내릴 테니 너희도 올리지 마라" 식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겁니다. 조사 과정에서는 치킨 가격과 원재료 가격이 실제로 연동되는지, 업체별로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비용을 어떻게 나눠 부담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담합이라는 건 단순히 "비싸다"는 문제가 아니라 "경쟁이 사라졌다"는 문제입니다. 원래 시장에서는 한 회사가 가격을 내리면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고 다른 회사도 따라 내리기 마련인데,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안 움직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뉴판에 선택지가 여러 개 있어도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됩니다. 마치 동네에 편의점이 세 곳 있는데 세 곳 모두 약속한 듯 똑같은 가격만 유지한다면, 손님 입장에서는 비교해볼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당장 내 지갑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가늠해보면

그렇다면 이번 조사가 당장 다음 주부터 치킨값을 내리게 만들어줄까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정위 조사는 보통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조사 결과 담합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격은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생활경제와 맞닿아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령 한 달에 치킨을 세 번 정도 시켜 먹는 가정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마리에 2만3000원이라면 한 달에 약 7만 원 정도를 치킨값으로 쓰는 셈인데, 만약 생닭값 하락분이 제대로 반영돼 가격이 10%만 내려가도 한 달에 7천 원 안팎, 1년이면 8만 원 넘게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고, 실제 할인 폭이나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 값으로 치면 서너 마리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돈이 1년에 모이는 셈이니,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조사가 치킨 하나에서 끝나는 신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부가 특정 품목을 콕 집어 가격 결정 과정을 들여다본다는 건,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에게도 "우리 회사도 원가 변동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봐야겠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학교에서 한 반이 시험 부정행위로 전수조사를 받으면, 다른 반 학생들도 괜히 긴장하며 자기 답안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치킨값이 내려가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이른바 비대칭적인 가격 조정 관행에 한 번쯤 제동이 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조사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치킨이 싸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섭니다. 재료비가 분명히 내려갔는데도 가격표가 꿈쩍하지 않는 구조가 치킨 말고도 얼마나 많은 품목에 숨어 있을지 생각해보면, 이번 조사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소비자가 가격 뒤에 숨은 구조를 한 번 더 의심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매달 장바구니와 배달 앱을 들여다보는 입장에서는, 이런 가격 구조의 투명성이 결국 내 지갑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조사 결과를 눈여겨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