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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당해도 은행이 돈을 돌려준다고요?

by 머니max 2026. 10. 9.

혹시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혹시 나도 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식은땀 흘려본 적 있으신가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고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는 이야기,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내 잘못이 없다면 은행이 돈을 대신 물어주는 제도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오늘 국회에서는 바로 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보이스피싱 당해도 은행이 돈을 돌려준다고요?
보이스피싱 당해도 은행이 돈을 돌려준다고요?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문, 왜 이게 중요한가

오늘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 의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금융위원장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의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무과실배상책임의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자 "보이스피싱은 가장 기본적인 민생침해사범인 만큼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무과실 배상책임제"라는 말이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우선 이 단어부터 풀어볼까요. "무과실"이라는 말은 잘못(과실)이 없다는 뜻입니다. 평소라면 은행이 돈을 물어주려면 은행 쪽에 분명한 실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전산 시스템에 오류가 나서 내 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갔다면, 그건 은행 책임이니 은행이 물어주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은 다릅니다. 사기범이 전화나 문자로 속여서 피해자가 스스로 돈을 송금하게 만드는 범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은행 잘못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은행이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산망 오류나 위·변조처럼 금융회사의 귀책사유가 분명한 경우에는 배상책임이 생기지만,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 본인이 속아서 송금한 경우에는 이런 무과실 배상 제도가 아직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은행 잘못도 아닌 일을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을까요. 그 답은 피해 규모에 있습니다. 의원은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2578억원에 달하고, 청년층 피해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전체 피해액의 78.6%가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범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는데, 1조 원이 넘는 돈이 매년 사기범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는 건 어지간한 중소기업 한 해 매출이 통째로 사라지는 수준이라고 보면 체감이 쉽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요즘 사기 수법은 검찰청, 금융감독원 직원을 완벽하게 흉내 내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개인 탓만 하기엔 사기 수법이 너무 교묘해졌으니,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와 통신을 중개하는 통신사가 예방과 구제에 더 큰 몫을 져야 한다"는 논리인 셈입니다.

은행과 통신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

이 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비유로 설명해보겠습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억지로 내 지갑에서 돈을 빼갔다고 생각해보세요. 보통은 그 돈을 찾을 길이 막막합니다. 그런데 만약 "지갑을 보관해준 가게 주인도 조금은 책임이 있으니, 가게 주인이 일부라도 변상해준다"는 규칙이 새로 생긴다면 어떨까요. 지금 논의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가 딱 이런 모양입니다. 사기를 친 사람은 따로 잡아야 하지만, 그 돈이 오간 통로였던 은행이 먼저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그다음에 사기범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전화나 문자에서 시작됩니다. 의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93%가 전화나 문자 등 통신망을 통해 접근하는 만큼 금융회사뿐 아니라 통신사의 예방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 은행 입장에서는 "범죄가 시작되는 곳은 통신망인데 왜 우리만 돈을 물어줘야 하느냐"는 억울함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금융권과 통신업계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통신사 쪽은 통신은 정보 전달 경로일 뿐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서, 계좌를 묶거나 거래를 승인하는 자금 통제권은 금융사에 있는 만큼 단순 회선 제공자인 통신사에게 금전 배상 책임을 지우는 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오늘 국감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 지점을 조심스럽게 짚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선진 사례들을 봐서 금융회사나 통신회사들이 미리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아직 통신사와 은행 중 누가 얼마나 책임을 나눠 질지 완전히 정해지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마치 친구들끼리 밥값을 나눠 낼 때 누가 얼마를 내야 공평한지 다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인데, 현재는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각각 일정 한도 안에서 피해를 분담하고, 금융회사가 우선 배상한 뒤 금융회사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면 통신사의 책임 여부를 따지는 방식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금융기관이나 통신사가 정해진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져 보상책임을 배분하는 방식인데, 금융회사 중심의 영국식 환급제도와 달리 통신사의 예방 의무와 책임까지 제도에 포함한 싱가포르 사례가 참고되고 있습니다.

내 통장에 생기는 변화, 예시로 살펴보기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우리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가정을 세워서 체감해보겠습니다. 만약 평범한 직장인이 "자녀가 사고를 당해 합의금이 급하다"는 가짜 전화를 받고 당황한 나머지 500만 원을 송금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직접 속아서 보낸 돈이기 때문에 은행에 돌려달라고 요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사기범을 잡아서 돈을 돌려받는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사기범이 돈을 이미 다 써버리거나 해외로 빼돌리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무과실 배상책임제가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범죄에 이용된 금융기관이 개인 피해자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피해자가 이용한 금융회사와 범죄자가 자금을 이동한 금융회사가 각각 피해액의 절반을 부담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가 돈을 보낸 은행과, 사기범이 돈을 받은 은행이 마치 식당에서 밥값을 반씩 나눠 내듯 책임을 나눠서 먼저 변상해주고, 그다음 사기범을 추적해 돈을 회수하는 일은 금융회사와 수사기관이 맡게 되는 구조로 바뀌는 셈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데, 돈을 돌려받기 위해 수년간 소송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무조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무분별한 배상을 막기 위한 면책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금융회사가 사전에 명확한 주의 경고를 했거나 허위·과다 청구를 한 경우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창구나 앱에서 "이 거래는 보이스피싱 위험이 있습니다"라는 경고를 분명히 받았는데도 무시하고 송금을 강행했다면, 이런 경우까지 전액 보상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은행이 이 비용을 떠안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수수료나 금융상품 비용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아직 국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배상 한도나 통신사의 책임 범위는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나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문자에는 여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을 유지하면서, 제도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