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길면 마음은 편한데, 통장이나 주식 계좌를 다시 들여다볼 때 왠지 불안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며칠 쉬는 동안 세상은 그대로 멈춰있지 않으니까요.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우리 증시가 쉬는 동안 쌓여있던 해외발 소식들을 한꺼번에 얻어맞으면서 크게 흔들렸습니다. 왜 하필 오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오늘 밤 미국 시장 소식이 내일 우리 시장에 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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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배경 위에 빨간색 하락 화살표가 그려진 주식 지수 그래프와 달력 모양의 아이콘이 함께 있는 미니멀한 금융 일러스트. 텍스트나 로고 없이 그래프와 달력, 시계 아이콘만으로 구성된 깔끔한 벡터 스타일 이미지."
왜 하필 연휴 다음 날 이렇게 크게 흔들렸을까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연휴 동안 문을 닫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 시장은 계속 돌아갑니다. 그 사이에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쌓이게 되는데, 연휴가 끝나면 그 쌓인 소식이 한꺼번에 지수에 반영됩니다. 마치 며칠 집을 비운 사이 쌓인 우편함을 한번에 열어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편지 한 통씩 받았다면 그때그때 놀라고 넘어갔을 텐데, 며칠치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죠.
추석 연휴를 마치고 거래를 재개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1.18포인트(2.70%) 내린 6,889.74로 마감하며 4거래일 만에 다시 7,000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하루 만에 지수가 2.70퍼센트 빠졌다는 건, 100만 원어치 주식을 가진 사람이 하루 만에 2만 7천 원 정도가 평가금액에서 사라진 걸 보게 됐다는 뜻입니다. 며칠에 걸쳐 서서히 내렸다면 덜 놀랐을 텐데, 연휴 동안 쌓인 소식이 하루에 몰려서 반영되다 보니 체감 낙폭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번에 쌓여있던 소식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형 IT 기업 오라클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조짐을 보였다는 소식입니다. 국채금리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물어야 하는 이자율입니다. 이 금리가 오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이 굳이 위험한 주식을 들고 있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이자를 많이 주는 채권으로 옮겨가려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은행 예금 이자가 갑자기 확 올랐다고 생각해보면,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에 넣어둔 돈을 빼서 안전한 예금으로 옮기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한 심리입니다. 그러니 주식시장 전체에 돈이 빠져나갈 힘이 커지는 셈입니다. 여기에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조짐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인공지능 관련 투자 기대감에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왜 하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세게 흔들렸을까요?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큽니다. 쉽게 말해 반 학급에서 덩치 큰 두 학생이 뒤로 넘어지면 줄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처럼, 이 두 회사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지수 전체가 출렁이는 구조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5.43% 하락한 27만원, SK하이닉스는 5.05% 내린 176만8천원에 마감했습니다. 5퍼센트대 하락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는데, 예를 들어 1천만 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었다면 하루 만에 54만 원 정도가 계좌에서 사라진 셈입니다. 두 종목이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도 4.46% 떨어져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왜 하필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몰렸을까요? 반도체, 특히 인공지능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는 앞으로 몇 년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등에 업고 주가가 많이 올라와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의 한 축이었던 미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동안 앞서서 반영했던 장밋빛 전망을 일부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치 다음 학기 성적이 오를 거라는 기대만으로 미리 축하 파티를 열었다가, 시험 범위가 바뀐다는 소식에 다들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를 1조7천275억원, 삼성전자를 1조3천757억원 순매도했고 기관도 삼성전자 6천644억원, SK하이닉스 4천910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됐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한꺼번에 두 회사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는 뜻인데, 이렇게 큰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개인 투자자들 심리도 같이 얼어붙기 쉽습니다.
여기에 원화 가치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6원 오른 1365.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습니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를 사려면 원화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뜻으로, 똑같은 해외여행 상품인데 가격표만 더 비싸진 것과 비슷합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로 된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나가려는 유인이 커지는 환경이었던 셈입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는 연휴 기간 주요 이벤트를 소화하며 약세 전환했다"며 "미국채 금리 급등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제한하며 긍정적 요인을 상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밤 미국 시장 소식, 내 자산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우리 시장을 흔든 불씨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밤사이 더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 제안을 거부하면서 국제유가가 4% 가량 급등했고,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도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이 여파로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55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265포인트(0.5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선물은 0.35%, 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0.55% 각각 내렸습니다.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오르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모든 과정에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거의 모든 물건의 원가가 조금씩 올라가게 됩니다. 그 부담은 결국 마트에서 파는 물건 가격, 즉 우리가 체감하는 물가로 옮겨가기 쉽습니다. 물가가 계속 오를 조짐이 보이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쉽게 낮추지 못합니다. 금리를 낮추면 사람들이 돈을 더 쉽게 빌려 쓰게 되고, 그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가 우려가 커지는 시기에는 채권금리도 높은 수준에 계속 머물게 되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가정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택담보대출 1억 원을 변동금리로 쓰고 계신다면, 시중금리가 이런 흐름 속에서 0.2에서 0.3퍼센트포인트 정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한 달 이자 부담이 대략 1만 6천 원에서 2만 5천 원 사이로 오갈 수 있습니다. 하루 커피 두세 잔 값 정도라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흐름이 몇 달씩 이어지면 가계 이자 부담은 서서히 누적됩니다. 물론 이는 단순 계산을 위한 가정이며 실제 대출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또 은퇴를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주식 비중이 큰 퇴직연금 계좌의 평가금액이 이런 날 하루 만에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보고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5천만 원 중 절반을 국내 주식형 상품에 넣어두셨다면, 오늘 같은 하루 2.7퍼센트대 하락만으로도 평가금액이 60만 원 넘게 줄어드는 걸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이 빠져나간 건 아니고 평가금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뿐이지만, 눈으로 보면 마음이 철렁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하루 이틀의 등락만으로 자산 배분을 서둘러 바꾸기보다는, 이번처럼 연휴나 휴장 뒤에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적인 이유를 이해해두시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우리 시장이 오늘 밤 미국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을지, 아니면 이미 선반영된 만큼 진정 국면으로 들어설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