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오늘 코스피 올랐대'라는 말을 듣고 시세창을 열어봤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뜨뜻미지근했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숫자만 보면 분명 오른 날인데도 막상 시장 소식을 들여다보면 "그런데 왜 다들 조심스러웠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신기하게도 결과와 분위기가 늘 같은 방향을 보지는 않는데, 바로 오늘 우리 증시가 그런 하루였습니다. 지수는 분명 올랐지만 정작 그 지수를 밀어 올린 손과, 반대로 발을 뺀 손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간밤 미국 시장에서 들려온 반도체 관련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내일 우리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해볼 만한 재료들이 꽤 쌓였습니다.

숫자는 양호한데 분위기는 떨떠름했던 하루
코스피 지수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한데 모아 평균 낸 성적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 전체 평균 점수가 오르면 좋은 일이지만, 그 안에 1등 몇 명의 점수만 크게 오르고 나머지는 그대로이거나 떨어졌다면 반 분위기는 생각보다 들뜨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늘 코스피가 딱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지수는 전날보다 0.46% 오르며 7000선을 다시 지켜냈지만, 이 정도 오름폭은 '겨우 턱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크지 않은 수치입니다. 0.46%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지수가 7000선이라는 심리적인 저항선을 다시 넘어섰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는데, 그마저도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주식을 내다 팔면서 오름폭을 깎아 먹었고, 다가오는 연휴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상승폭이 좁아졌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연휴 전날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건 낯선 일이 아닙니다. 며칠간 시장을 들여다볼 수 없는 공백이 생기다 보니, 그 사이 예상치 못한 소식이 터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부담감 때문에 미리 현금을 쥐고 쉬어가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코스닥 쪽은 상황이 조금 더 묘했습니다. 지수는 소폭 하락하며 엿새 만에 상승세가 끊겼는데, 꾸준히 오르던 자전거가 잠깐 페달을 멈추고 숨을 고른 셈입니다.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종목들을 차익 실현 차원에서 팔아치우는 물량이 나왔기 때문인데, 차익 실현이란 쉽게 말해 산 가격보다 오른 지금 팔아서 이익을 확정 짓는 행위를 뜻합니다. 아무리 전망이 좋은 종목이라도 계속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적당한 시점에 수익을 챙기고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고, 숨 고르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누가 팔았는가'가 핵심이었습니다.
지수를 밀어 올린 손과 발을 뺀 손
주식시장 뉴스를 보면 개인, 외국인, 기관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쉽게 말해 시장이라는 큰 운동장에서 공을 주고받는 세 팀이라고 보면 됩니다. 개인은 우리 같은 일반 투자자들, 외국인은 해외 투자회사나 펀드, 기관은 국내 보험사나 자산운용사 같은 큰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 팀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사고팔기 때문에, 같은 날 지수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셈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이 세 팀 중 두 팀이 공을 내려놓고, 나머지 쪽에서 혼자 공을 받아낸 날이었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은 주식을 파는 쪽에 섰고, 그 반대편에서 기관과 기타 법인들이 그만큼의 물량을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습니다. 시소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쪽에서 내려가려는 힘이 있어도 반대쪽에서 더 세게 눌러주면 시소는 결국 그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오늘 코스피가 딱 그런 그림이었습니다. 두 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다른 한 팀이 더 강하게 사들이면서 지수 전체의 방향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외국인이 하루 만에 다시 매도로 돌아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는데, 그 매도분을 받아줄 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하락의 원인이었습니다. 즉 같은 날 같은 나라 증시인데도 코스피와 코스닥의 희비가 갈린 이유는 결국 '누가 사고 누가 팔았는가'의 차이였던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간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습니다. 뉴욕 증시는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요 지수가 일제히 올랐고, 그중에서도 반도체 기업들을 묶어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대의 눈에 띄는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업종만 놓고 보면 꽤 뜨거운 하루였던 셈입니다. 동시에 시장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지수(VIX, 투자자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일종의 '시장 온도계')도 큰 폭으로 내려갔습니다. 온도계 숫자가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투자자들이 덜 긴장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 장에서 밤사이 좋은 소식이 들리면, 다음 날 아침 우리 동네 뉴스에도 그 여파가 전해지듯 한국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출발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퇴직연금에 반도체 펀드를 넣어둔 직장인이라면
이쯤에서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인데?"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운용하면서, 그중 일부를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넣어두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오늘처럼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빠진 날, 또 간밤 미국 반도체 지수가 크게 뛴 날은 내 퇴직연금 잔고에도 작게나마 흔적이 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적립금이 2000만 원이고 그중 절반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들어가 있다고 가정하면, 하루 0.5% 안팎의 등락은 많아야 몇만 원 수준의 차이로 나타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당장 체감하기 어려운 작은 숫자지만, 하루이틀의 등락만으로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수급 흐름이 며칠씩 쌓이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다만 오늘 같은 날은 특정 투자 주체가 지수를 받쳐준 것일 뿐, 개인과 외국인이 동시에 발을 뺐다는 사실 자체는 시장이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두 주체가 동시에 몸을 사렸다는 건 그만큼 눈앞의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휴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관망 심리까지 겹쳐 있었던 만큼, 내일 아침 미국 반도체 강세 소식이 그대로 힘을 받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돌아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특정 종목이 오르고 내리고를 예단하기보다는, '누가 사고 누가 파는지'를 함께 보는 습관을 들이면 뉴스에서 전하는 숫자 너머의 흐름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